판갤 공포 추리 단편 대회 (fanho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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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00:05:52   ip : 125.133.XXX.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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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낮잠의 오후다. 난 짜릿짜릿한 햇빛을 피해 나무그늘 아래에 숨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대나무 침목을 베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 나는 몇 번이나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이윽고 눈을 감고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곤다. 나는 잘 때에 코로 숨쉬지 못해서 입을 벌리고 잔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버릇이고 몇 번이나 고치려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다. 오늘도 자연스럽게 내 입이 벌어진다.


쏙.

우물우물.

꿀꺽.


아? 뭔가 입 안에 떨어졌다. 마침 짱개를 시켜서 짜장면을 먹던 꿈을 꾸고 있었기에 내 혀는 자동적으로 입 안의 미지의 물체를 식도로 넘겨버렸다. 나는 벌떡 잠에서 깨어나 입 안을 더듬었지만 도무지 뭐가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디서 봤는데 사람이 자다가 먹는 벌레의 숫자가 20여 마리라던가? 파리라도 들어간 걸까? 나는 문득 위를 바라봤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 푸른 잎 사이로 햇빛이 부서져 내렸다.


찌르르- 찌르르-


매미가 운다. 나는 뭐가 내 입에 떨어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때려 쳤다. 별거 아니겠지. 나는 마루바닥 아래에 떨어진 애벌레를 바라봤다. 떨어진 애벌레는 꿈틀꿈틀 기어서 다시 나무로 올라가려 한다. 대게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애벌레를 싫어한다. 그다지 두려운 존재는 아니지만 근원모를 혐오감이 느껴진다. 나는 소름이 돋아 애벌레와 멀리 떨어졌다.


“설마?”


그래도 애벌레는 꽤나 크기가 커서 멋도 모르고 삼킬 정도는 아니다. 나는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낮잠을 자고나니 무척 배가 고팠다. 나는 집안에 들어가서 아무 반찬이나 꺼내 밥을 비벼먹었다. 유독 식욕이 솟아서 밥이 땡겼다. 밥 세 그릇을 먹고 나서야 나는 수저를 놓았다. 배를 만져보니 무척 빵빵했다.


꾸르륵, 꾸르륵, 사각, 사각.


음, 벌써 소화가 되나? 배가 미약하게 떨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미한 진동이 배에서 느껴진다. 위장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뜻이겠지?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방학이기에 딱히 할 것도 없던 나는 TV채널이나 이리저리 돌리며 빈둥빈둥 굴렀다. 그리고 심야방송까지 보고 애국가가 흘러나올 무렵에야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화장실에 갔지만 오줌 밖에 누지 못했다. 원래 아침에 쾌변하는게 내 일상인데, 오늘은 유독 변의가 없다. 아랫배가 그닥 묵직하지 않았다. 나는 배를 쓰다듬었다.

사각- 사각-


“음?”


미약한 진동. 어떤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다시 배를 만져봤다. 이번에는 잠잠했다. 별일이야 있겠어. 나는 어릴 때에 위장이 약해서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잦았다. 지금이야 건강하지만 소화불량은 늘 따라다녀 익숙하다. 어제 과식해서 소화에 이상이 있는 모양이다. 며칠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봐야지. 나는 무심하게 소화제를 꺼내 마셨다.


부글부글.


속이 아프다. 나는 소화제에 유통기한이 있는가 살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음, 속이 안 좋아. 안 좋아. 나는 중얼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렇게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며 여름 방학을 보냈다. 방학 내내 누워서 지내서인지 허리가 무척 좋지 않았다. 요새는 일어서거나 걷는 게 힘들었다. 뛰는 건 불가능했다. 허리에 힘이 빠져서 철퍼덕 넘어졌다. 나는 부모님에게 말했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이리저리 검사를 해봤지만 내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약해진 거라는 터무니없는 말만 했다. 아무리 근육이 약해져도 뛰지 못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의사 선생님.

병원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의사 선생은 내가 나가기 전에 한 마디 덧붙였다. 계속 몸이 안 좋으면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으니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나는 화가 나서 짜증스럽게 문을 닫았다. 누굴 정신병자 취급하는 거야! 안 그래도 근래 쾌변을 못해서 불쾌지수가 만땅이다.

변을 꾸준히 누기는 하지만, 그 양이 무척 적었다. 검지 손가락만한 똥줄을 쏟아내면 그날 하루치 변은 끝이다. 먹는 건 엄청 많은데 나오는 게 없다니? 더군다나 요새 들어 몸이 무거워진다. 어제부터는 아랫배가 무거워졌다. 아랫배에 무언가가 가득찬 느낌이다. 분명 쌓인 숙변인데 도무지 아무리 힘을 줘도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쾌변방법을 찾았다. 쪽팔리기는 하지만 관장이라는 방법이 있었다. 아랫배가 너무 무거워지자 나는 체면이고 뭐고 약국으로 달려가서 관장기를 샀다. 튜브형식으로 되어있었다. 글리세린과 물을 적정비율로 섞어 관장액을 만든 후, 항문에 관을 꽂아 액을 투입했다. 장으로 이물질이 들어간다.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다. 나는 충분히 장이 세척될 정도까지 기다렸다.


꾸르르륵, 꾸르르륵.


배가 요동친다. 나는 생각보다 배가 너무 아팠다. 단순히 변의나 복통치고는 섬뜩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마치 장에 구멍이 뚫리는 느낌이다. 나는 당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도중에 허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졌지만, 금방 일어서서 변기에 앉았다.


촤악! 뿌지지직! 뿌직!


관장액이 쏟아지고 이어서 물컹해진 숙변이 쏟아진다. 항문에서 미끄럽게 떨어지는 변줄기가 기분 좋다. 간만에 숙변에 나는 까닭모를 탄성까지 내질렀다. 아아, KTX가 질주하고 있어…. 묵직했던 아랫배가 순식간에 가벼워진다. 나는 마지막 한 줄기의 똥까지 싸지르고 일어섰다.


“어?”


변기 안이 붉었다. 얼마나 붉으냐하면 물이 완전히 불투명해져있었다. 똥과 피가 섞여서 변기 안이 질퍽했다. 그리고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변기물에서 파문이 일었다. 나는 변기 안을 유심히 바라봤다.


꿈틀. 꾸물꾸물.


적갈색 물결 위로 무언가가 고개를 내민다. 오목하게 패인 변기벽을 타고 무언가가 올라온다. 꿈틀, 꿈틀, 꿈틀. 일자로 몸을 뻗었다가 다시 몸을 모으고, 뻗고, 모으고, 뻗고, 내 검지손가락만한 그것이 변기 위로 올라오려한다. 그건 한 마리가 아니었다. 적갈색 똥의 늪에서 수십여마리의 그것들이 올라온다.


“벌레?”


분명 내 눈이 이상한 게 아니라면, 그건 벌레였다. 하수구에서 튀어나올 법한 벌레가 아니라, 풀잎을 뜯어먹는 나방유충, 애벌레들이다. 애벌레들이 단체로 춤을 추며 변기를 빠져나온다. 변기 끄트머리까지 도착한 애벌레는 상체를 들어 올리며 시위하듯이 몸을 흔들었다. 씨, 씨발 저게 뭐야? 도대체 어디서 벌레들이 나타난 거야? 씨발. 나는 거칠게 물을 내렸다.


쏴아아아아!


물보라가 일어나며 수압에 못이긴 벌레들이 쓸려간다. 손을 벌벌 떨었다. 쓰벌, 도대체 저 벌레새끼들이 어디서 나온 거야? 씨발. 나는 그 순간 다리가랑이이 가려워서 긁었다. 내 손톱에 뭔가가 걸렸다. 손톱을 타고 뭔가가 기어 올라온다. 쿵쾅이는 내 심장에 맞춰 동공이 커진다.


“으아아아각아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털었다. 내 손에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흥분하여 변기 밖에 뛰쳐나온 벌레들을 마구잡이로 밟았다. 빠직, 빠직, 빠직! 젤리가 터지듯이 애벌레들이 진액을 뿜으며 찌그러졌다.


“후욱, 후욱.”


나는 터진 애벌레를 하수구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곤충에 관심 없는 나도 애벌레에게 뼈가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이 애벌레들의 터진 몸뚱이 사이로 새하얀 뭔가가 보였다. 발로 눌러보니 딱딱했다. 마치 뼈처럼. 애벌레의 신체기관 중에 이렇게 단단한 물질이 있을까? 척추처럼 길쭉한 뼈였다. 씨발, 도대체 이게 뭐냐니까! 애벌레가 난데없이 나타나더니, 거기다 벌레주제에 뼈가 있어? 나는 당황했지만 일단 화장지로 엉덩이를 닦았다. 평소처럼 반사적으로 똥 닦은 화장지를 바라봤다. 화장지에 똥과 피가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그리고 내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몸이 딱딱하게 식는다.


이 벌레새끼들이 내 똥구멍에서 튀어나왔다고?

나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오다가 문턱에 발이 걸려 벌러덩 넘어졌다. 몸을 일으키려했으나 상체가 굽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척추가 없는 것처럼 상체가 흐느적흐느적 힘이 없다. 나는 가까스로 기어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내, 내 척추가 어떻게 된 거야? 내 똥구멍에서 벌레는 왜 나온 거냐고! 나는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1, 1, 9.


“여보세요,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제 똥구멍에서 벌레가 나와요! 벌레가 나온 다고요!”

-뭐야, 이 씨발. 미친새끼야. 안 그래도 날 더운데, 장난전화질할래? 새캬.

“진짜라니까요! 씨발!”


뚝.


나는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아까부터 몸이 들썩인다. 내 날개뼈와 꼬리뼈, 등뼈가 동시에 움직인다. 내 몸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씨발, 씨발. 씨발. 나는 몇 번이나 욕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지만 금방 넘어졌다. 겨우겨우 거울 앞까지 기어갔다. 갑자기 항문에 힘이 쭈욱 빠진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바지가랑이를 살폈다. 내 허벅지를 타고 벌레들이 기어다닌다. 내 항문을 자기집 안방문처럼 들락날락한다. 작은 벌레들이 내 허벅지를 물어뜯는다. 아프다. 자세히 보니, 이 벌레들은 척추만 있는 게 아니라, 이빨마저 있다. 작은벌레들이 빠져나오고 그것보다 큰 엄지손가락만한 벌레들이 내 괄약근을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그 좁은 항문을 비집고 나왔다. 나는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다.


들썩, 들썩.


등뼈가 몇 번 출렁이자, 내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하반신 신경이 끊어지면 이런 기분일까? 허리 밑으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 덕택에 통증도 없다. 허나 나는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질렀다.


“도, 도와주세요! 제발!”


꾸룩꾸룩.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허물을 벗는 애벌레처럼 몸을 꼬고 비틀었다. 내 항문은 이제 큰 벌레들도 가볍게 드나들 정도로 넓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엉덩이가 갉아 먹혔다. 수많은 벌레들이 우수수 기어 나온다. 나는 그나마 움직이는 손으로 벌레들을 짓눌렀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무의미했다.


뿌득뿌득.


그렇게 넓어진 항문인데도 무언가가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괄약근을 더 째면서 무언가가 나오고 있었다. 더불어 내 등가죽이 들썩이다가 찢어질 듯이 솟아오른다. 날개뼈가 피부를 찢었다. 아프진 않지만, 무서웠다. 내 등가죽을 찢고, 내 엉덩이를 파먹으며 그것이 몸을일으킨다. 나는 눈동자를 굴려 그것을 바라봤다.


꾸우우우!


내 괄약근을 집어삼키며 상체를 들어 올린 그것은 거대한 벌레였다. 내 척추대신에 그 자리에 기생하고 있던 그 놈이다. 언제 내 척추를 집어삼킨 걸까. 내 갈비뼈는 지네다리처럼 그 벌레의 옆구리 붙어있다. 내 살가죽은 허물처럼 버림받아 방안에 널브러졌고, 그 살가죽을 먹기위해서 벌레들이 달려들었다. 내 살가죽은 벌레들의 먹이가 된다. 그 와중에도 나는 의식이 있었다. 척추는 머리와 연결되어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지금 척추벌레의 꼬리 부분이 되어있다. 방울뱀처럼 내 머리가 꼬리 부분에 달려있다. 내 의식은 선명하고 뚜렷하다. 통증도 없다.


나는 갑자기 역겨운 구토감을 느꼈다. 입을 벌리자, 척추벌레가 먹었던 내 엉덩이 고기가 반쯤 소화된 상태로 떨어졌다. 피비린내와 위액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건 척추벌레가 먹고 남긴 똥이다. 나는 그제야 내 역할을 알았다. 나는 척추벌레의 엉덩이가 되었다.

2009-05-11 00: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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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11 00:07:47 ]    edit  delete
마음대로 겟판에서 본 기억 흠좀무.
mongmong  [ 2009-05-11 00:18:55 ]   
대회 규정과 어긋나지 않으니 상관없습니다.
+0
...  [ 2009-05-11 00:20:23 ]    edit  delete
아뇨 그냥 이 글보고 흠좀무한 생각이 떠올라서요 ㅋ
darklady  [ 2009-05-14 11:15:54 ]   
의성어가 효과적으로 쓰였네요. 덕분에 주인공의 심리가 적잖이 와 닿았습니다.
+4
위래  [ 2009-05-14 18:33:55 ]   
이토 준지를 생각나게 하는 괴기스러움이 좋네요.
하지만 특별한 갈등과 이야기가 없다는게 아쉬워요.
+3
quigon  [ 2009-05-17 22:24:56 ]   
 기발하지만 기괴한 상상력으로 불쾌감과 혐오감을 자극하는 군요. 위래 님 말씀대로 이토 준지의 작품이라도 옮겨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글을 좋아하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의도하신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제법 효과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별 네 개를 주었던 작품들이 갖고 있는 공을 들인 흔적과 완성도에 비교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별 세 개 반 정도를 드리고 싶지만, 여기에는 별 반 개가 없지요.
 게다가 머리가 통증과 감각없이 배설구가 된다는 그 독특한 상상하며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의도들을 감안하자면 마찬가지로 별 세 개 반 역시 좀 부족한 감이 있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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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펜  05-22 11:03
  잘 읽었습니다만, 몇 몇 장면이나 묘사가 일본 작품인 '밤 11시의 산책'과 매우 유사합니다. 물론 전체 내용은 크게 다르지만 아이가 하는 행동이나 엄마의 서술 등에서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라'가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오려서 가면으로 만들어 쓰는 장면은 책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이 글이 결국 수상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제와 결말이 다르다고 해서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묘한 상황 전개나 살짝만 바꾼 묘사로 모든 독자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한 발상입니다. 글 쓰신 분은 아니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밤 11시의 산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는 즉시 유사성을 지적하리란 게 제 생각입니다. 글쓴 분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by 애독자  05-21 15:30
by 위래  05-21 15:03 
by quigon  05-21 12:08 
by ...  05-21 11:06
by DOSKHARAAS  05-21 01:05 
   기발하지만 기괴한 상상력으로 불쾌감과 혐오감을 자극하는 군요. 위래 님 말씀대로 이토 준지의 작품이라도 옮겨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글을 좋아하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의도하신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제법 효과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별 네 개를 주었던 작품들이 갖고 있는 공을 들인 흔적과 완성도에 비교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별 세 개 반 정도를 드리고 싶지만, 여기에는 별 반 개가 없지요. 게다가 머리가 통증과 감각없이 배설구가 된다는 그 독특한 상상하며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의도들을 감안하자면 마찬가지로 별 세 개 반 역시 좀 부족한 감이 있으지도 모르겠습니다.
by quigon  05-17 22:24 
   잘 읽었습니다. 윗 분 말씀대로 러브크래프트 류의 공포물을 읽는 듯 하군요. 특히 과학자의 이세계와의 소통 연구, 그 과정에서 어떤 초월자와의 만남. 제물적 희생. 광란. 어찌보면 전형적인 코드를 활용하신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충실했다는 건 해당 장르의 문법을 이해하고 충실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지요. 부당한 비교가 될 수 있겠으나 대가인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그 어둡고 절망적이며 압도적인 공포의 묘사가 이 글에서는 다소 미지근한 듯도 하여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문장도 좀 더 다듬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와 노력의 흔적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려보고 싶습니다. 한편, 글의 소재와 분위기 탓에 이것이 누구 글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by quigon  05-17 22:14 

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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