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갤 공포 추리 단편 대회 (fanho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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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00:00:34   ip : 125.133.XXX.68
  by mong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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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의문사. 내가 그녀의 방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혈흔뿐. 강한 힘으로 흩뿌려진 듯한 피웅덩이뿐이었다. 누구 피인지는 생각할 것조차 없었지만, 경찰은 이른바 절차를 밟으며 나를 귀찮게 했다. 그녀의 피인 건 분명했고, 실제로 DNA 조사에서도 그녀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경찰로선 누구의 범행인지 알아낼 수 없었고, 나로서도 기대하지 않았다. 절차, 절차. 그들은 절차만 밟으면 만사가 해결된 거라 여기니까.
 
 경찰이 출입 제한 등을 해제했고, 나는 비로소 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떠나간 사람의 물건들을 정리해야 했다. 무얼 먼저 치우는 게 나을까. 옷은 누구한테 주지. 자식도 없었다. 그녀나 나나 형제자매도 없다. 친한 친구한테 줄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유품을 재사용하는 게 명분이야 어쨌든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일 테니. 그밖에도 처리해야 할 일은 많았다.이를 테면 보험금 문제 같은 것들 밀이다. 그녀는 내 아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 회사의 사원이었다. 그것도 매우 훌륭한 사원이었다. 그녀는 스물 여섯의 연구원이었고, 나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사장. 그녀는 훌륭했다. 그녀의 수식을 다루는, 늙은 돼지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연구들은 우리에게 더욱 많은 땅을 가져다 주었고, 그것으로 인해 나는 더욱 많은 생산 라인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욱 많은 거래처들을 얻을 수 있었다.
 
 젊음. 그것이 내 회사가 파는 상품들 중 하나였다. 다른 으리으리한 대기업들이 그렇듯, 내 회사도,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여러 사업들을 거쳤었다. 껌, 치약, 가발. 돈이 될 만한 거엔 뭐든 손대봤다. 그리고 80년대 후반을 맞이하며 자동차 사업으로 성공하고, 이제 그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걸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우연히도 그녀를 만났다.
 
 우리 회사가 자금을 대주는 작은 지방 대학. 그곳 벤치에서 머리나 식히며 사업 확장을 구상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내 전용석에 그녀가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자줏빛 로벨리아.
 
 내 시선을 사로 잡은 것은 시시하고 따분한 파란 하늘도, 녹색 풀밭도, 갈색 건물들도 아니었다. 자줏빛. 매력을 발산시킨다는 자주. 침착한 파랑도 과도한 정열의 빨강도 아닌 신비로운 보라. 영원할 것만 같은 보라.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보라.
 
 ─ 보라…… 로벨리아……?
 
 내 바보 같은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귀에 꽂혀 있던 자줏빛 로벨리아는 뒤로 자취를 감추려 했다.
 
 ─ 김인철 선생님……?
 
 그녀는 웃고 있었다. 책을 덮고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 보고 싶었어요.
 
 그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 뒤로 일 개월도 안 되어 도둑질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서도 결혼에 성공했고, 행복했다.
 
 곧 은애가 내게 부탁 해 왔다.
 
 ─ 선생님, 우리 학교 실험실 자금 좀만 더 올려주면 안 돼?
 
 하지만 당시 그 학교는 적자만을 내고 있었고, 은애만 졸업하면 슬슬 발을 빼고 다른 재단에 넘길 생각이었기에 딱히 그 학교에 어떤 지원 같은 것을 해 주고 싶지 않았다. 은애에게 더 연구해 성과를 내고 싶은 주제가 있다는 것을 듣게 된 나는 은애를 조기 졸업 시킨 뒤 우리 회사의 연구원으로 고용했다. 그녀에겐 특권이 주어졌다. 그녀는 그녀만의 연구원들을 모아 그녀만의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 선생님, 시제품 나왔어. 가만히 있어봐, 얼굴에 발라줄게!
 
 그것은 화장품이었다. 솔직히 회사 자금을 털어 그녀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건만 그 결과물이 흔하디 흔한 소위 말하는 젊어지는 화장품이라는 것을 나를 크게 실망시켰다. 그녀를 사랑하든 어떻든 그녀를 일개 연구원의 자리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말했듯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 위험한…… 화학품 쓴 거 아냐……?
 
 하지만 은애는 웃으며,
 
 ─ 에이, 선생님, 나 못 믿어?
 
 라고 장난칠 뿐이었다.
 
 실제로 위험한 화학품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 제품은 바로 판매에 들어갔다. 그게 그녀의 스무 여섯 살을 맞이하는 생일. 제품명은 그녀와 나의 첫만남을 기념해 로벨리아라 지었다. 그 자줏빛 화장품은 말 그대로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 판매의 불꽃이 수십 년 간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품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효과가 너무나 확실했다. 그것은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 화장품을 통해 얼굴이나 피부가,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듯 젊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30대, 40대만 이 화장품에 열광하겠는가? 어디 20대는 자신의 노화를 걱정하지 않겠는가? 일본이라고 걱정하지 않겠는가? 중국이라고 걱정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찰나,
 
 "그녀가 죽었어."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그녀의 방 문 앞에 그녀와 같은 팀에서 연구를 하던 수석 연구원 거수가 와 말 없이 섰다. 오랜 창업 동료이기도 하지만 연구원이라는 미묘한 위치 때문에 높은 자리는 꿰차지 못하고 있는 가여운 남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어디를 보고 있을까. 그녀의 연구 자료가 있을 책상? 아니면 그녀의 채취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옷장? 어쩌면 그는 그녀와 함께 일했으니 그런 감정이 있을는지도 모르지. 아니면 단지 상사인 내게 일을 보고하기 위해 온 건가? 그가 내 뒤에 서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어디를 보고 있을까?
 
 "중요한 건……"
 
 거수가 말을 꺼냈다.
 
 "어디가 아니라 언제라고," 마치 내 마음을 읽는 듯한 말.
 
 "그렇게 네 아내가 항상 얘기했었어."
 
 "선문선답이네."
 
 나는 바닥이 주저앉아 그녀의 장례식에 대해 어떻게 치룰지를 고민하면서도 거수와 마음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
 
 "수학 한다는 사람들은 다 그런가? 신선 놀음 같애. 돈 놀음 하는 나는 이해하질 못 하겠어. 은애도…… 은애가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었…… 는데…… 뭘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그것도 모르고…… 바보 같이 혼자 가게……"
 
 목이 매여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여운 나. 색을 잃은 나.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하고 있는 나. 내겐 색이 필요했다. 은애가 필요했다.
 
 "말했잖아, 네 아내, 은애 팀장은 중요한 건 어디가 아니라 언제라고 얘기했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이해할 수 없던 나머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괴로운데 너는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 거냐며 주먹다짐 하고 싶었다. 하지만 20년 사장 노릇이 어지간한 참을성으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던가. 화를 꾹 참고 방 안으로 들어온 거수를 바라보았다.
 
 거수는 망설임 없이 은애의 책상으로 가, 비밀 금고의 비밀번호를 해제시켰다. 4─26─9. 금고 안에 들어있던 건 한 권의 고서적과 무수한 양의 공책들이었다. 대부분은 별다른 디자인 없는, 자줏빛 표지의 공책들로, 내용은 전부 고서적의 해독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책은 은애가 나와 처음 벤치에서 만났을 때 읽고 있던 책이었다.
 
 '수학책이 아니었나?'
 
 거수는 그것들을 가리켜 말했다.
 
 "연구 자료야."
 
 거수가 그것들을 가져가 홀로 파헤쳐 보겠다고,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얘기했지만 나로선 단순히 그가 은애의 연구 자료들을 훔쳐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극구 반대했다. 그러자 그가 내게 내 감시 하에서 연구를 진행할 것을 맹세했다. 결국 나는 그에게 다음 날 내가 직접 '자료'들을 연구실로 가져가겠노라 얘기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내가 자리를 비운다면 그는 창문으로 침입해 그 소중한 자료들을 빼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그 상태로 소등하고 방 안에서 자기로 했다. 은애가 사용하던 책상 옆에 기댄 채로, 은애의 이름을 부르며……
 
 '하지만, 대체 화장품 연구 자료가 아무리 성공한 상품을 만들어 냈다지만 대체 더 무어를 만들어낼 수 있길래……'
 
 잠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목이 탔고, 잠시 자리를 비우고 냉장고로 가는 것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한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거실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순간 그곳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 경계했지만, 그게 평상복을 입고 있는 여성의 실루엣이라는 점에 금세 경계를 풀고 물었다.
 
 "누구십니까?"
 
 거실에 놓여진, 내 아내 은애가 직접 기른 수많은 로벨리아들을 응시하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은애!"
 
 "로벨리아," 내 반응에 상관 없이, 그녀가 그녀만의 기세로 내게 물어왔다.
 
 "좋아하시나요?"
 
 로벨리아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합니다. 로벨리아에 파묻혀 죽고 싶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 꽃은 사랑하는 사람의 꽃입니다. 그 꽃이야말로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 없인 살아갈 수 없어요. 그 꽃 없이 저는 앞으로 하루 이틀 살 수나 있을까요?
 
 "네."
 
 하지만 내 대답은 단순했다.
 
 네.
 
 심지어 네, 좋아합니다도 아니었다.
 
 '바보 같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일까? 나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듯한 그녀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더 이상 떠나지 말라고. 나와 함께 앞으로 영원하자고.
 
 하지만 혼자 마음 속으로 울음을 터뜨린단들,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했다.
 
 "성함, 여쭤도 될까요?"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나를 기억도 못하는 사람이. 당신은 내가 아는 은애가 아닌데.
 
 "김인철……"
 
 바보.
 
 사랑에 꼼짝 못하는 바보.
 
 이렇게 이름을 가르쳐 줌으로라도 그녀를 '한 순간'만이라도 붙잡아 놓을 수 있다면, 무정한 시간이여!
 
 "김인철 선생님……"
 
 그녀가 웃었다.
 
 "선생님, 이 꽃, 받아가도 될까요?"
 
 그녀가 로벨리아 한 줄기를 귀에 꼽는다. 마치 수 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와 닮았다. 그녀에게 말했다. 네, 얼마든지요. 가슴 속으로만.
 
 어차피 그녀는 더 이상 그 곳에 없었으니까.
 
 적막한 거실. 로벨리아 한 송이 부족한 화병을 멍하니 바라보니, 스스로도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 깨닫지 못했다. 방 안에 홀로 있는 쓸쓸함이란, 외로움이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거실 전체를 메웠다. 하지만 자줏빛 로벨리아는 어둠 속에서나 빛 속에서나 붉다. 나를 야금야금 물들이는 색이다. 검은색 내게 색을 부여한다.
 
 세수를 마친 뒤 금고의 자료들을 서류 가방 두 개에 넣은 채 연구실로 향했다. 그 곳에서 밤을 보낸 것인지, 거수가 세수를 하고 있었다.
 
 "사실 전부는 필요 없는데."
 
 거수가 말했다. 거수는 이미 그 연구를 은애와 같이 진행해 왔었기 때문에 고서적 내용과 공책 8할 이상을 암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2할 분량의 공책 4권을 읽기 시작한 거수에게 내가 물었다.
 
 "무슨 책이야?"
 
 거수는 은애의 노트에 집중하고 있던 터인지 내 물음을 듣지 못한 듯했다.  그가 공책을 다 독파했을 때는 오후 6시였다. 창밖에는 이미 달이 떠 있었다. 우울의 틈새를 야금야금 파 들어오는 자줏빛 달이.
 
 공책을 덮고 연구실 내의 장비들을 만지기 시작한 거수에게 내가 다시 물었다.
 
 "뭘 하는 거야?"
 
 "다시 은애와 너를 만나게 해 주려는 거야."
 
 거수는 내게 시선 한 번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모로 보나 흥분에 젖어 있어 빠르기 그지 없었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는 건데?"
 
 은애를 떠올리자 목소리가 다시 잠겼다. 스스로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는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이던가. 거수의 말은 그 슬픔을 긁고 있었다. 죽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니. 그만큼 성질 나쁜 농담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거수의 흥분은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는 있을 리 없는 확신을 갖게 해줬다.
 
 "그 필기, 화장품 개발에 사용한 거 아니야?"
 
 "맞아."
 
 거수가 말했다.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젊을 적' 피부를 동경하지. 그렇다면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피부를 제공하는 방법은 뭘까? 그건 바로 그들의 피부를 젊게 돌려놓는 거야."
 
 "잠깐," 거수의 대답은 일개 사업가일 뿐인 내 부족한 상상력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과학소설 속의 이야기였다.
 
 "그러면 네 말은 그 화장품이 피부의 '시간'을 돌려놓는 거였단 말야?"
 
 "맞아."
 
 거수가 플라스크에 나로선 알아볼 수 없는 기묘한 약품들을 부으며 대답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그야말로 공상과학에만 나올 법한 얘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거수가 실성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순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가 은애 곁에서 연구를 도운 2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그의 말이 얼마나 우습고 바보 같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네가 하려는 건, 그럼 뭐야, 시간을 돌리려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게 화장품에 쓰인 연구 결과만으로는 불가능해. 그건 완전한 게 아니거든.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우리 앞에 무한대라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시간의 인과를 조종할 순 없어. 그렇기에 피부의 시간을 돌리는 건 실제로는 매우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지. 이른바 약발이 있다는 거야. 언젠간 화장품의 효과가 떨어질 테고, 그럼 소비자는 화장품을 다시 구매할 테고. 네겐 좋은 얘기지, 안 그래? 하지만 그런 걸로 은애를 만나게 할 순 없어. 네게도 말했듯 우리가 화장품에 적용시킨 건 효과의 일부에 불과하거든. 시간 자체를 과거로 돌릴 순 없어."
 
 그가 플라스크 안의 용액들이 거품을 내며 섞이는 것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안의 용액들은 거무죽죽한 거품들을 터뜨렸는데, 그 때 용기 밖으로 나오는 냄새는 희미한 로벨리아 향과도 같은 것이었다.
 
 "잘 이해할 수 없겠는데?"
 
 "좋아, 이렇게 설명해 보자. 시간은 거대한 코끼리야. 너는 시간, 즉 거대한 코끼리를 움직이고 싶어해. 하지만 네 힘이 미치는 건 코끼리의 꼬리를 움직이는 정도겠지. 그게 바로 우리가 화장품 개발에 적용한 기술이야. 그리고," 그가 플라스크 안의 용액을 바닥과 벽면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코끼리를 움직이는 방법이지."
 
 놀랍게도 흩어 뿌려진 용액들은 마치 의지를 가지고 있듯 점점 작은 방울로 쪼개져 사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나로선 내 앞에 어떤 사람도 본 적 없을 그 광경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용액들은 이여 타원형의 위로 길쭉한 문과도 비슷한 것을 바닥과 벽에 이어 만들어 냈는데, 곧 무언가가 썩어 들어가는 듯한 냄새를 내며 벽면을 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해 보자면 뭘 하든 네가 수 톤의 코끼리를 못 움직이는 건 뻔해. 그렇다면 코끼리를 A라는 '시간,' 이해하기 쉽게 공간으로 얘기해 보자, A라는 공간에서 B라는 공간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끼리더러 움직이게 하면 되는 거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나는 가까스로 어버버 벙찐 소리를 내다 물을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즉슨," 용액에 의해 녹은 벽은 그 끝을 알기 어려운 깊은 동굴을 만들어냈다. 상식적으로 벽이 녹는다면 옆의 방이 보여야만 할 것을, 그것은 있을 리 없는 긴 동굴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우리가 다른 시간대로 가고 싶다면, 우리가 시간을 움직이게 할 게 아니라, 시간 스스로가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거지."
 
 건물 내부 구조를 무시한 채 생성된, 깊은 어둠을 안고 있는 동굴은 그 입구에 옅은 막 같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부피를 갖고 있진 않은 것인지, 거수가 그 너머로 들어갔음에도 어떤 변화도 없었다. 아마 레이저마냥 빛이나 그 흡사한 무언가라 생각되었지만, 실제 그 너머로 들어갈 때 느낀 것 그마저도 아니었다.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거수가 앞으로 걸어나갔고, 나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동굴 입구 내부는 기분 나쁘기 그지 없었지만, 그마저도 곧 모습을 감추었다. 정확히는 동굴 내부엔 어떠한 형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벽도, 천장도, 바닥도, 뒤도, 그리고 우리가 향하던 앞도.
 
 나는 곧 비명을 질렀지만, 거수는 나를 붙잡고 흔들었다. 은애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느냐. 이걸로 은애의 연구가 자신에 의해 결실을 맺게 되고, 너는 너대로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느냐, 모두 다 행복해지는 길이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나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 곳에서 어떠한, 문자 그대로의 길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방이 암흑일 뿐이었다.
 
 거수를 따라 더 걸어나가자 어둠에는 희미하게 별들과도 같아 보이는 흰 반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너머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일지도 모른다 생각되는 기이한, 굳이 표현하자면 문자 그대로의 모든 것이 뒤틀려 있는 듯한 중심에는 보라색 존재가 있었다. 그것에 가까이 가면 갈 수록 묘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그것은 별빛과도 같아 보이는 그것 주변의 기묘한 하얀 점들로부터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기이한 안개와도 같았는데, 검은 중심에 보라색 표면, 그리고 무수히 많은 팔들을 갖고 있었다. 때때로 그것은 팔을 뻗기도, 당기기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촉수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 형상과 가장 흡사하게 생긴 것은 아마 은하일 것이었다. 다중 은하라 불러야 할까? 나선 은하가 옆으로 퍼진 팔들을 갖고 있었다면, 우리 앞의 기이한 존재는 공간에 상관 없이 팔을 뻗고 있었다.
 
 마치 잠들어 있는 것과도 같아 보이던 그것은 때때로 우리 앞의 점이 되었다가,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괴물이 되기도 했다. 이런 괴물이 은애가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줄 리 만무하다, 이것은 모든 것을 제 팔로 집어 삼킬 것이다라는 불안감이 들어 나로서는 달아나고 싶었지만, 얼어붙고 말았다. 그 자리에 거수와 함께 서 있을 수 있던 것은 달아나지 않을 용기가 있던 게 아니라 달아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수는 그것을 가리켜 왕이라 불렀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터라 거수가 그 앞에 무릎 꿇고 계속 외치는 무언가를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과거를 허락해 달라는, 마치 기도와도 같은 것으로 누구든 그 광경을 본다면 거수가 미쳐 지성 없는 괴물에게 혼잣말을 거는 것이라 여길만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러했다. 하지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 방 안에 있었다.
 
 그것은 순간이었고, 방 안의 풍경은 낯익은, 은애가 죽은 사실을 알게 된 그 날의 오전의 방 풍경이었다. 경찰들이 방 안 현장을 조사 하고 있었고, 나와 거수는 멀찍이 마루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분의 성공인가."
 
 거수가 말했다.
 
 "경찰들이 방 안을 조사 중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다시금 은애 팀장의 연구 자료를 내가 챙겨갈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괜찮아. 어차피 다 머릿속에 있거든. 부름이."
 
 거수는 그렇게 말하고선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내가 붙잡았다.
 
 "어떻게 된 거야? 은애는?"
 
 "'그'가 우리로 하여금 완전히 시공을 허락할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지. 더 기다려 줘."
 
 그러고선 경찰 틈 사이를 헤치고 사라졌다. 아마 연구실로 돌아갔으리라.
 
 "선생님, 이 꽃, 받아가도 될까요?"
 
 다시금 내 앞에 나타난, 마치 수 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닮은 그녀의 환영은 나를 괴롭혔다……
 
 이미 한 번 겪었던 하루를, 그리고 기이하게도 은애의 환영과의 시간을 다시 한 번 겪은 뒤, 나는 가까스로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용케 미치지 않은 채 잠들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비정상이었다. 은애의 죽음부터 오늘, 어제라 불러야 할까, 아니면 내일이라고 불러야 할까, 오늘까지의 모든 일들은 꿈임에 틀림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내 시간은 철저히 나를 배신하였다……
 
 다음 날 아침. 핸드폰 액정은 내가 거수에게 은애의 연구 자료를 갖다 준 그 날의 날짜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꼭 내가 겪은 것들이 꿈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리라. 모든 게 꿈일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 나는 몽중몽을 겪은 것이라 믿고 싶었다. 내가 겪은 기이한 이계의 환상은 그 일부일 것이었다.
 
 거수든 은애든 모두 무사할 것이었다.
 
 1분 여간 울리는 전화벨 소리. 은애는 응답하지 않았다.
 
 또 다시 1분 여간 울리는 전화벨 소리. 마찬가지로 응답하지 않았다.
 
 거수에게 전화를 해 보자,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거수일 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거수의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 그러나, 은애와 마찬가지로 응답하지 않았다……
 
 홀로 남겨졌다는 공포가 나를 감쌌다.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인가. 거수가 내게 말해준 은애가 남긴 말.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나는 마치 그들의 시간과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동떨어진 시간에 홀로 남겨진 것과도 같은 기분은 무인도에 남겨진 것과 흡사한 것이리라.
 
 그러나 마루로 나가 확인해 본 바, 텔레비전 방송들은 제대로 나오고 있었고, 창 밖 세계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평소와 다름 없는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결코 버려지지 않았다.
 
 아마 은애나 거수, 연구실에서 잠들거나 했으리라. 그들을 마중하러 나갈 준비를 하던 나는 은애가 연구할 때 홀로 쓰곤 하던 방 안의 풍경을 보게 되었다.
 
 회사 연구실로 가야 했다. 은애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거수에게 만나 대체 그 '연구'라는 게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야만 했다. 은애를 만나기 위해서.
 
 연구실 내부는 거수와 만나기 전의 오늘─시간의 중심에 있는 게 내가 아님을 앎에도 우리의 짧은 인식으로 그것을 어제라 부르자─, 아니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벽면의 어둠으로의 동굴조차 존재치 않았다. 새하얀 방 안에서 나는 거수를 찾아봤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딨어?"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집에 돌아갔나 보다, 라고 생각한 순간, 연구실 구석 책상 바닥 모서리로부터 무언가 색이 덧입혀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하얀색. 검은색과도 같은 무채색은 점점 색을 얻어갔다. 누구든 그것이 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빨강으로.
 
 나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연구실 구석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시체라 생각되는 것을 발견할 순 없었다. 내가 연구실 구석에서 발견하게 된 것은 은애의 공부방에서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로 너저분하게 흩어진 핏자국, 그리고 뜯겨 추잡한 살점들을 남긴 채의 팔 한 쪽이었다. 팔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는 거수의 사원증이 떨어져 있었다.
 
 은애와 거수를 죽인 자에 대한 분노도 분노였지만, 허무함이 더욱 강하게 내 안에서 일었다. 이제 거수가 죽었으니 내가 무슨 수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은애를 만난단 말인가?
 
 연구실에 누군가가 들어오기 전에 경찰을 불러 경위를 설명했다. 그들에게서 의심의 눈빛을 받은 것을 말할 것도 없으리라. 하지만 나는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은애와 거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었다. 연구의 내용까지도 나는 그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그저 황당무계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인 것인지 딱히 그에 대해 깊게 조사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 그런 그들에게 굳이 은애의 연구 결과를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내가 그들 몰래 증거가 될지도 모를 은애의 고서와 필기장들을 빼돌린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거수가 마치지 못한 연구를 내가 마저 하면 될 일이었다. 내가 못 한다면 사내 연구원들을 시키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은애에의 마음과 은애와 거수, 연구에 깊게 관여된 그들을 살해한 누군가에 대한 분노로 불타오른 나는 스스로 은애가 남겨준 해석들을 토대로 고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비록 은애가 남겨놓은 번역과 해석, 그리고 주석들이 있다 하더라도 쪽수를 넘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 보는 언어였기에 그랬기도 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에 내 지식과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이었다. 고서가 담고 있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물리, 화학, 그 어느 것과도 연관성이 없는 기묘한 식들의 연속으로, 그것을 과학의 산물이라 부르기보다는 믿음의 산물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었다. 실로 그러한 것이, 나의 해석 작업은 수식의 해석, 적용보다는 신앙의 이해, 구함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그것을 다 읽어냈을 때 즈음에는 은애의 필기 노트 네 권 분량을 하루 만에 읽어낸 거수를 경이로이 생각케끔 되기까지 했다.
 
 책을 읽고 이해하게 됨과 함께 점차 나 역시 거수가 보여준 그 어둠의 형체를 마치 거수가 칭했듯 왕, 만유의 왕이라 믿게 되었다. 우주의 중심, 또 그 가운데의 소용돌이치는 혼돈이야말로 시공의 중심이자 소유자인 것이리라.
 
 마침내 은애의 필기를 다 읽게 된 것은 거수가 죽은 뒤 정확히 7주 뒤의 일이었는데, 나는 은애의 필기 뒤로 거수의 해석들이 남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것은 거수가 약속한 은애가 있는 곳, 그리고 은애가 있는 시간으로의 길로써, 은애가 해독한 사실들에 약간의, 왕이 나로 하여금 그 시공을 허락케 하는, 원 고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일종의 응용이었다.
 
 나는 그를 이용해 다시금 '길'을 열고 보라색 안개와도 닮은 모든 시간과 공간의 길을 열 수 있는 불가사의 앞에 무릎 꿇고서, 은애가 죽기 직전의 시공으로 안내해 달라 기도를 올렸다. 은애가 죽기 직전으로 가 은애가 죽는 것도 막고, 정체 모를 살인자에의 분노도 해소하려는 심산이었다.
 
 몇 분, 몇 시간을 무릎 꿇은 채 기도했던 것일까, 애초에 시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은 그 어둠 안에서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었다. 검은 안개가 팔마냥 뻗어 나와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고, 눈을 떴을 때는 내 집 마루였다.
 
 "은애야!"
 
 나는 잽싸게 방문을 열어 제쳤다.
 
 "선생님?"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은애가 나를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처음엔 은애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 앞에 펼쳐진,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검은 어둠은 나중에사 눈에 들어왔는데, 그 어둠은 마치 안개와도 같은 형상의 구체로 셀 수 없는 팔들을 내뻗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랏빛 어둠을 나는 마주한 적이 있었다.
 
 이어 그 팔들은 순식간에 은애를 둘러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팔이 닿는 곳은 족족 사라지다시피 해, 곧 은애의 몸에는 무수한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바닥에 피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했다. 내 우둔한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는 그 장면은, 분명 팔들이 은애의 신체 부분부분을 다른 시공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 역시 그것에 '먹힐'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식사였다! 혐오스럽게도 은애의 살덩어리 조각조각은 시공의 공백을 채우게 되리라……
 
 나는 그 해체의 장면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몸을 돌렸다. 그곳으로부터 달아나야 했다. 하지만 내 뒤에는 나를 이 시간, 그리고 공간으로 인도한 존재가 허공에 떠 있었다. 수백의 팔을 허공에 하늘거리며.
 
 나는 그 장소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도로변 행인들이 유리조각들로 인해 피범벅이 된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마주하게 된 우주적 사실을 마주하면 그보다도 더욱 놀란 눈을 뜨게 되리라.
 
 내게 상처를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가능한 내가 부르고 만 저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하지만 그곳으로부터 달아난다 한들 내게 희망이 있던가? 그것은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거늘……!
 
 
 
 Fin.
2009-05-11 00:00:34  
ip : 125.133.XXX.68  
3.5 
 총 2명 / 평균 3.5
    2개의 댓글  |  조회수 : 556 
darklady  [ 2009-05-14 11:06:00 ]   
좋군요. 기이한 세계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어요. 흡사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읽는 것 같아요.
+4
quigon  [ 2009-05-17 22:14:11 ]   
 잘 읽었습니다. 윗 분 말씀대로 러브크래프트 류의 공포물을 읽는 듯 하군요. 특히 과학자의 이세계와의 소통 연구, 그 과정에서 어떤 초월자와의 만남. 제물적 희생. 광란. 어찌보면 전형적인 코드를 활용하신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충실했다는 건 해당 장르의 문법을 이해하고 충실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지요.
 부당한 비교가 될 수 있겠으나 대가인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그 어둡고 절망적이며 압도적인 공포의 묘사가 이 글에서는 다소 미지근한 듯도 하여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문장도 좀 더 다듬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와 노력의 흔적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려보고 싶습니다.
 한편, 글의 소재와 분위기 탓에 이것이 누구 글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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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펜  05-22 11:03
  잘 읽었습니다만, 몇 몇 장면이나 묘사가 일본 작품인 '밤 11시의 산책'과 매우 유사합니다. 물론 전체 내용은 크게 다르지만 아이가 하는 행동이나 엄마의 서술 등에서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라'가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오려서 가면으로 만들어 쓰는 장면은 책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이 글이 결국 수상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제와 결말이 다르다고 해서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묘한 상황 전개나 살짝만 바꾼 묘사로 모든 독자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한 발상입니다. 글 쓰신 분은 아니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밤 11시의 산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는 즉시 유사성을 지적하리란 게 제 생각입니다. 글쓴 분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by 애독자  05-21 15:30
by 위래  05-21 15:03 
by quigon  05-21 12:08 
by ...  05-21 11:06
by DOSKHARAAS  05-21 01:05 
   기발하지만 기괴한 상상력으로 불쾌감과 혐오감을 자극하는 군요. 위래 님 말씀대로 이토 준지의 작품이라도 옮겨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글을 좋아하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의도하신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제법 효과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별 네 개를 주었던 작품들이 갖고 있는 공을 들인 흔적과 완성도에 비교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별 세 개 반 정도를 드리고 싶지만, 여기에는 별 반 개가 없지요. 게다가 머리가 통증과 감각없이 배설구가 된다는 그 독특한 상상하며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의도들을 감안하자면 마찬가지로 별 세 개 반 역시 좀 부족한 감이 있으지도 모르겠습니다.
by quigon  05-17 22:24 
   잘 읽었습니다. 윗 분 말씀대로 러브크래프트 류의 공포물을 읽는 듯 하군요. 특히 과학자의 이세계와의 소통 연구, 그 과정에서 어떤 초월자와의 만남. 제물적 희생. 광란. 어찌보면 전형적인 코드를 활용하신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충실했다는 건 해당 장르의 문법을 이해하고 충실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지요. 부당한 비교가 될 수 있겠으나 대가인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그 어둡고 절망적이며 압도적인 공포의 묘사가 이 글에서는 다소 미지근한 듯도 하여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문장도 좀 더 다듬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와 노력의 흔적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려보고 싶습니다. 한편, 글의 소재와 분위기 탓에 이것이 누구 글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by quigon  05-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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